법정기념일이 된 ‘한식의 날’, 반가움과 함께 드는 생각
가게 문을 닫고 늦은 저녁에 기사 몇 개를 훑어보다가 눈에 들어온 소식이 있다. 정부가 ‘한식의 날’ 기념식을 열었고,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뒤 처음 치러진 행사라고 한다. 관련 소식은 연합뉴스 보도에서도 다뤘더라. 나는 서울에서 작은 가게를 하는 사람이라, ‘한식’이라는 단어에는 유독 마음이 간다. 손님들이 가장 편하게 찾는 메뉴도 결국 익숙한 우리 음식이고, 장사가 잘 되던 날도 그렇지 않던 날도 매일같이 김치와 국물이 오가는 자리에서 살아왔다.

기념일이 생겼다는 것 자체는 반갑다. 다만 나는 이런 날이 ‘행사’로만 남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가 지켜본 한식은 늘 누군가의 손끝에서, 매일의 반복 속에서 유지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기념식장에서는 아마 훌륭한 요리와 멋진 연출이 오갔을 것이다. 그런데 그 화려한 한 상이 결국 매일의 식탁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밥과 국과 김치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기념일의 무게는 조금 다른 곳에 실려야 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이번 소식을 보며 떠올린 것들을, 평소 내가 좋아하는 ‘정리 목록’ 형식으로 한번 적어본다.
1. 한식은 결국 ‘매일의 반복’이다
기념식은 한 번이지만, 김치를 담그고 국물을 내는 일은 매일 일어난다. 나는 우리 가게에서도 그 반복을 가볍게 여기지 않으려 한다. 손님 한 분이 “여기 김치가 그날그날 조금씩 달라서 좋다”고 말했을 때, 사실 조금 놀랐다. 반복이 곧 정성이라는 걸 손님이 먼저 알아본 셈이다. 김치 하나를 봐도 그렇다. 배추의 절임 정도, 젓갈의 짠기, 실온에서 익어가는 속도가 매번 조금씩 다르다. 같은 레시피인데도 같은 맛이 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사람과 날씨와 재료가 매일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같은 가게에서 ‘매일의 반복’은 곧 매일의 판단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짜졌으면 설탕을 줄이고, 국물이 묽으면 뼈를 더 넣는다. 그 사소한 조정이 쌓여 손님이 기억하는 ‘그 집 맛’이 된다.
2. 세계화보다 먼저 ‘현지화’다
한식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다는 소식은 반갑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서도 한식은 여전히 ‘익숙해서’ 선택받는다. 유행은 돌고 돌지만, 매일의 식탁에서 선택받는 음식은 다르다. 기념일이 세계화를 이야기할 때, 우리 동네 식탁 이야기도 함께 나오면 좋겠다. 해외에서 한식당이 늘어난다는 뉴스를 보면 뿌듯하지만, 정작 우리 동네 골목에서 점심시간마다 줄 서는 집은 늘 비슷하다. 값이 세지 않고, 양이 넉넉하고, 무엇보다 ‘실패하지 않는 맛’을 주는 집이다. 외국인 손님이 와서 김치찌개를 시키고는 밥을 두 그릇 비우는 걸 보면, 결국 음식의 힘은 번역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화는 그런 현지의 식탁이 단단해질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에 가깝다.
3. 안전과 신뢰가 기본이다
한식이든 무엇이든, 먹는 일에는 신뢰가 바탕이 된다. 얼마 전 접한 식품안전정보원의 해외직구 식품 안내 개선 소식도 같은 맥락에서 읽었다. 정보가 투명해야 선택도 편해진다. 우리 같은 자영업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결국 ‘믿을 수 있는 안내’가 가장 큰 덕목이다. 원산지를 밝히고, 유통기한을 지키고, 재료를 바꾸면 손님에게 먼저 말하는 일. 거창해 보이지 않지만 이게 신뢰의 실체다. 반대로 생각하면, 한식의 세계화가 아무리 빨라져도 그 기본이 흔들리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은 손님들도 훨씬 꼼꼼해져서, 메뉴판의 작은 글씨 하나까지 읽는다. 그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요즘 장사의 기본기다.
4. 기념일은 ‘기억’이 아니라 ‘실천’이어야 한다
법정기념일이 생기면 행사가 따라온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날 이후에 무엇이 남느냐다. 나는 가게에서 작은 실천을 해보려 한다. 제철 재료를 한 가지 더 쓰고, 국물을 조금 더 오래 끓이고, 손님에게 오늘의 재료를 한마디 더 설명하는 일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이게 기념일을 기념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메뉴 하나를 바꾸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재료를 바꾸면 단가가 오르고, 단가가 오르면 가격을 고민해야 하고,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떠날까 걱정된다. 그래서 작은 실천은 늘 계산기와 함께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한 가지씩 바꿔보는 이유는, 그 변화가 쌓이면 결국 가게의 성격이 되기 때문이다.
5. 그래도 반가운 이유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런 기념일 소식이 반갑다. 장사만 하다 보면 ‘우리 음식’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잘 없다. 그런데 이런 날이 생기면 잠깐이라도 돌아보게 된다. 내가 파는 것이 단순한 메뉴가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과 기억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단골이었던 손님이 오랜만에 와서 “예전에 먹던 그 국물이 생각나서 왔어요”라고 말할 때, 그건 매출이 아니라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기념일은 그런 기억을 한 번쯤 꺼내보게 만드는 계기로서는 분명히 값어치가 있다.
6. 모두의 자리에서
한식의 날이 모두의 자리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결국 매일의 식탁에서 힘을 내는 사람들이 조명받아야 한다. 주방에서 땀 흘리는 사람, 재료를 고르는 사람, 손님과 인사를 나누는 사람. 그 사람들이 이 기념일의 주인공이면 좋겠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 전문 자문이 필요하다면 성범죄전문변호사 같은 곳을 참고하면 좋다는 것도, 살다 보면 알게 되는 법이다. 나처럼 평범한 자영업자도 그런 안내가 있다는 사실에 한 번씩 안심한다.
마무리하며
한식의 날은 아마 해마다 돌아올 것이다. 나는 그날마다 거창한 행사보다, 우리 가게의 작은 변화를 하나씩 남겨보려 한다. 기념일은 달력에 표시되는 날이지만, 기억은 매일의 식탁에서 만들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늘도 국물을 조금 더 끓여본다.